인도 영화 Bollywood/한글로의 인도 영화

‘볼리우드’ 한국영화시장 안착할까 (위클리 경향 기고)

다음블로그한글로 2009. 9. 29. 21:53

[위클리 경향] 842호 (2009.9.15) 76쪽

‘볼리우드’ 한국영화시장 안착할까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0909101352531

 

인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자인 "한글로"가 기고한 글입니다.

 

  

 

[문화]‘볼리우드’ 한국영화시장 안착할까

2009 09/15   위클리경향 842호

ㆍ‘블랙’ 잔잔한 성공으로 인도영화에 대한 관심 높아져

등장인물과 배경은 인도이지만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블랙>.
인도영화 <블랙>이 200여 개의 많지 않은 스크린에서 개봉했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잔잔한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통적인 인도영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춤과 노래가 전혀 없고, 심지어 인도적 요소까지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냥 영화만 봐서는 인도라고 알기 어려울 정도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는 흥행 대작인 <데브다스>(2002)로 천재성을 인정받은 인도의 유명 감독이다. 이 때문에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발표한 <블랙>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 이 영화는 인도에서도 제법 흥행을 기록했다.

인도영화계는 <블랙>에 수많은 상을 안겨주면서 감독과 영화를 극찬했다. 인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유럽판이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 5위로 뽑는 등 해외 시장에서도 <블랙>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4년 늦게 한국에서 이 영화가 개봉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블랙>의 흥행을 계기로 이제 ‘볼리우드’가 한국시장에서도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일까.

흔히 인도영화계를 지칭하는 ‘볼리우드’는 인도 힌디(힌두어)영화의 중심지 봄베이(현재의 뭄바이)와 미국영화의 중심지인 할리우드를 합성한 말이다. 넓은 의미로는 인도영화계 모두를 지칭하기도 하고 좁은 의미로는 ‘힌디영화계’만을 의미한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인도영화계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인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화 제작 국가다. 1년에 1000여 편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할리우드에서는 연 300여 편, 우리나라에서는 연 50~100여 편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니 인도의 영화산업이 얼마나 대단한 규모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좁은 의미의 볼리우드인 힌디권에서 제작되는 영화는 연간 200~300편 수준이다.

전형적인 볼리우드 영화는 맛살라 영화
흔히 볼리우드 영화는 춤추고 노래하는 ‘맛살라 영화’를 말한다. 영화 <데브다스>(2002)와 <옴샨티옴>(2007)의 춤추는 장면(위부터).
<블랙>이 볼리우드 영화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영화인 볼리우드 영화는 ‘맛살라 영화’를 의미한다. 그러니 그냥 무턱대로 <블랙>이 볼리우드 영화니까 앞으로 볼리우드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흥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인도영화의 특징은 어렴풋이 알고 있듯이 ‘춤추고 노래한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를 ‘맛살라(향신료) 영화’라고 한다. 인도영화의 히트작은 이런 맛살라 영화가 대부분이다.

흔히 인도영화는 뻔한 스토리의 권선징악적 내용, 해피엔딩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맞긴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인도 영화의 흐름을 무시한 소리이기도 하다. 아무리 맛살라 영화라 하더라도 이제는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영화 속 노래와 춤은 인도 영화산업뿐 아니라 음악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화 촬영 전에 미리 음악CD를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음악의 흥행과 더불어 영화가 덩달아 흥행하고, 영화 흥행으로 뮤직 비디오가 TV 등을 통해 방영된다.

언어적인 특성도 무시못한다. 우리나라처럼 단일 언어권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인도영화라도 지역을 벗어나면 더빙을 해야 한다. 크게 힌디, 텔르구, 타밀, 벵갈, 말라야람, 칸나다 등의 언어권으로 나뉘어 있다. 그냥 사투리 정도가 아니라 완전 외국어 수준이다. 각 언어권에 따라서 영화적 특색이나 선호하는 주인공의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춤추는 무뚜>에 뚱뚱한 주인공이 나왔던 이유는 이 영화가 남부의 타밀영화였기 때문이다.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이미 춤추고 노래하는 인도영화는 한국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몇 편 개봉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춤추는 무뚜>는 그 중 성공한 경우에 속한다. 그 후 <아소카>나 <비욘드 러브>등의 이름으로 잠깐 개봉한 영화들이 있지만 곧 DVD로 출시되는 정도에 그쳤다.

DVD로만 나온 영화로는 아슈토슈 고와리케르 감독의 <라간>과 비누 비노드 초프라 감독의 <미션 카슈미르>, <블랙>의 릴라 반살리 감독이 만든 최근작 <사와리야> 등이 있지만 모두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수입 후 등급까지 받았지만 개봉하지 못한 인도 대작도 있다. 이렇듯 최근 인도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영화일까
작품상 등 올해 아카데미상 최다부문을 수상하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그렇다면 올해 작품상 등 아카데미상을 휩쓸고 한국시장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흥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쉽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세계 최대의 영화정보 사이트인 imdb.com의 분류상으로 영국영화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는 인도와 영국의 합작 영화다.

이 영화의 스태프는 거의 다 인도 사람이다. 주연배우도 그렇고, 작곡을 맡은 A R 라흐만을 비롯해 모두 인도 사람으로 구성됐다. 원작인 는 인도인에 의해 쓰여졌지만 영화 대부분이 <풀몬티>로 유명한 사이먼 뷰포이에 의해 새로 창작됐다. 기본적인 구성만 가져왔을 뿐 에피소드나 주인공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이 영화로 인도에서는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자신들을 ‘개’에 비유했다고 하여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고, “인도의 부정적인 면을 팔아먹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블랙>의 주인공이자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첫 번째 문제의 정답으로 잠깐 출연한 아미타브 밧찬도 쓴소리를 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밀려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아카데미상을 휩쓴 후 인도 표정은 사뭇 달라졌다. 인도인의 영광이라고 하면서 연일 축제 분위기였던 것이다.

비슷한 예로 ‘인도-캐나다’ 합작 영화인 <워터>(2005년작)도 있다. 이 영화는 언어도 인도말이고 스태프와 주연배우, 감독(디파 메타)도 모두 인도인이지만 2007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캐나다 대표로 후보에 올랐다. 역시 인도의 독특한 인습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어느 감독의 푸념은 바로 이 같은 현상을 대변한 것이다. “볼리우드는 외면하더니 인도 폄훼 영화만 수상하느냐?”

결론적으로 <블랙>과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영화이지만 전형적인 볼리우드 맛살라 영화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 두 영화의 성공을 가지고 인도영화 전체의 한국 성공을 점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인도영화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문화적 다양성’에서는 늘 장르적으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인도를 비롯한 태국,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상업 영화까지도 고려돼야 한다.

인도영화는 떠들면서 봐야 제 맛

영화를 보며 춤을 추는 인도 관객들.

인도영화는 즐겁고 흥겹다. 맛살라 영화 이야기다. 춤추고 노래하는 인도영화의 뮤직 비디오 같은 장면은 사람들의 어깨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인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영사모)은 매달 1회 주한 인도 대사관 주최의 인도영화 상영을 주관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상영회도 따로 매달 1회 이상 가진다.

그러나 여느 영화관에서 느껴지는 정적은 이곳에 없다. 주인공의 느끼한 말 한마디가 나오면 ‘어우~~’하는 야유가 나오고, 주인공의 말을 되받아치는 ‘추임새’에 모두들 ‘까르르’ 박수치며 웃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마치 아이들 스타를 맞이하는 10대 팬처럼 악을 쓰는 30대 관객은 이미 일반적이다. 노래가 흥겨우면 박수를 치고, 웃기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운다. 영화 시작 때 나오는 설명에는 ‘조용히 보는 사람은 내쫓는다’라는 협박성(?) 문구까지 있다. 팝콘도 소리내지 않고 녹여 먹어야 하는 우리나라 극장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이를 인영사모에서는 ‘떠들썩 극장’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것이 바로 ‘인도식 영화 관람법’이다. 최근 인도도 멀티플렉스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러한 감상법이 많이 줄긴 했다. 그러나 아직도 지역 극장 등에서는 노래가 나오면 앞에서 춤추는 사람과 따라 부르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마치 ‘전국 노래자랑’의 한 장면처럼. 그런데 바로 이렇게 떠들썩하며 즐기며 보는 관람법은 인도영화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집에서는 졸면서 봤던 영화를 함께 보니 정말 재미있더라는 경험담은 이미 흔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과 감흥하며, 관객과 공감하며 보는 인도영화 감상이 제맛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제영화제들도 인도 볼리우드 영화 감상 때만큼은 어느정도 소란을 허용한다.

힘들고 지친 자들이여, 인도영화 한 편에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이곳에서 침묵은 ‘독’이니 마음껏 떠들라! 단 영화의 결말을 미리 말하는 자, 즉시 퇴장이다!


정광현<‘인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www.indiamovie.kr)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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